“Wind farm”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목축을 하고 식물을 기르는 농장이 아니라 전기를 만드는 농장입니다. 풍력 발전소입니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풍력발전기들이 가득 서 있는 끝도 없는 벌판을 보았을 때….그때가 막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저녁이였는데.. 마치 외계인들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더러는 고개를 숙이고, 더러는 고개를 들고 자신들을 태우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외계 비행체라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최근에 본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 라는 영화도 이 풍력 발전기를 소재로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윌리엄은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인 말라위에 삽니다. 그는 어렵게 중학교에 들어가지만 학비가 없어 쫒겨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래도 공부를 하고 싶은 열망에 학교의 규칙을 어기고 도서관에 가는데,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에너지의 이용>이라는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지요. 이 책에서 윌리엄은 풍력발전에 대해 알게 되었고, 풍차가 있으면 전기를 만들어 낼 수도, 펌프를 돌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펌프가 있으면 갈라진 밭에 물을 대서 양식이 될만 한 것들을 기를 수 있고, 그러면 자신의 가족 뿐만이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을 가뭄과 기아에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바람이야말로 신께서 가난한 말라위에 주신 유일한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풍차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풍차는 바람이 돌려주지만 그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발전기였습니다. 문제는 그 발전기가 자기 가족의 유일한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자전거에 달려 있다는 것이죠. 윌리엄이 아버지에게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묻습니다. “내가 다시 자전거를 되돌려 받을 수 있느냐?” 윌리엄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합니다. “발전기를 사용하려면 자전거의 몸통을 톱으로 잘라야 해요 그리고 바뀌의 회전축을 이용해서 풍차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는 다시 사용할 수 없어요.” 아버지의 답변은 물론 “ No!” 였습니다. 14살짜리 아이가 만드는 장난감같은 풍차가 물을 가져다 준다는 것도 믿을 수 없을 뿐더러 자전거는 그들에게 생명줄과 같았습니다. 자전거가 있어야 그나마 시장에 가서 양식을 구할 수 있으니..그러나 하루에 한끼 멀건 곡식물로 견디면서도 풍차에 대한 꿈으로 반짝이는 윌리엄의 눈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결국 자전거를 아들에게 내줍니다.
윌리엄은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 쓰레기장에서 가져온 고물과 아버지의 자전거로 만든 풍차를 완성하게됩니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풍차가 하늘 높이 세워져 돌아가고, 발전기가 돌아가고, 드디어 펌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갈라진 땅에 물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환호와 기쁨의 눈물.. .그렇게 마을은 다시 살아나고 아버지의 자전거가 달린 풍차는 힘차게 돌아갑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자전거가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우리 세대의 자전거를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자전거는 땅에서 굴러가는 바퀴이지만 우리 자녀에게는 하늘에 걸려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바퀴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우리의 자전거는 잘라져야 합니다. 중요하지 않아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기 때문에 넘겨주는 어른,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양보하는 어른, 그런 어른들은 화살을 쏘듯 다음 세대에게 미래를 열어줍니다.
‘그 후에 내가 내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것이며’ (요엘서 2:28)
YVC 온누리 교회 조강왕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