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가끔 서로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책의 내용을 얼마나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지 놀라곤 합니다. 그 책이 어렸을 때 읽은 것일수록 그 차이가 큰 것으를 보면 우리의 세월이 그 내용을 각색하고 변화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우리는 작년 여름, 우리집 현관 옆 화단에 살면서 가끔 목청껏 울어대던 개구리가 겨울을 잘지냈을까 이야기를 하다가 개구리 왕자라는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이 동화는 예쁜 공주가 금으로 만든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는 것으로 시작 합니다. 울고 있는 공주에게 개구리 한 마리가 다가와 자기와 친구가 되어 준다면, 공을 찾아주겠다고 제안하고….공주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공을 찾게 되는데.. 일단 공을 찾고난 공주는 개구리를 따돌리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 개구리는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공주의 침실까지 따라온 개구리….여기까지는 우리가 읽은 이야기와 같은데…저의 기억으로는 여기서 공주는 약속대로 개구리에게 키스를 합니다.
키스를 하는 순간 개구리는 이웃나라 왕자님으로 변하는 거지요. 그런데 아내가 읽은 동화책은 달랐습니다. 그 버젼은 공주가 이 개구리를 참지 못하고, 그만 벽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던져 버렸답니다. 아내는 이 동화가 자신이 알고 있는 잔인한 동화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헉! 나는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에 이런 잔인한 행동이 있어도 되는지 놀랐는데..더 놀라운 것은 개구리가 벽에 부딪히는 순간 이웃 나라의 왕자로 변했다는 겁니다.아내는 처참하게 터져버린 개구리 대신 빛나는 항금옷을 입은 왕자님이 그려져 있는 동화책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인기를 끌려는 누군가가 동화의 새로운 버젼을 만들었을거라고 우리 나름대로 정리하고 이야기를 닫았지만 개구리가 벽에 부딪혀 왕자님이 된 그 극적인 장면이 며칠 동안 계속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요즈음 자기 삶이 창살 없는 감옥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성도님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꼭 벽에 갇힌 개구리 같다고..
우리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벽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 인생을 틀어쥐고 벽을 향해 내동댕이 치는 것 같은 그런 일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사방이 벽으로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목회를 하면서 바로 이럴 때… 답답하고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때에, 평상시에는 보지 못했던 숨어있던 고귀함이 그 사람에게서 드러나는 것을 봅니다. 그런 사람들이 그리스도입니다.. 그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믿음의 저력들이 드러납니다. 상상하지 못한 힘이 품어져 나오는 것을 봅니다. 마치 개구리에서 왕자로 변하듯 말입니다.
어떤 상황과 처지에서도 하나님이 여전히 나와 함께 하신다는 확신, 고난을 통해 내가 정금같이 단련될 것이라는 소망,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믿음이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할 때도, 내동댕이 칠 때도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합니다. 벽에 부딪힐 때도 나를 당당하게 합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의 고귀함이 드러납니다. 이것이 세상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이 가진 신비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개구리에서 왕자로 변하는 사람들의 꿈을 꿉니다
YVC 온누리 교회 조강왕 목사